작성일 : 12-01-09 18:03
<한국일보 2012-01-08 기사> 서화숙의 만남 '단독주택 쉽게 짓기' 알리는 건축가 조남호
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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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201/h2012010821413221950.htm [2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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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가 원하는 삶, 공사 예산·유지 비용 등 미리 얘기듣고 공사 시작
건축가 없는 '집장사 집' 공사단계서 문제 일어나 결국 비용까지 부풀려져
'세계적 건축' 거대 담론보다 동네 건축가가 많이 나와야


작년말에 대학에서 건축을 가르치는 교수 두 명이 책을 냈다. <아파트와 바꾼 집>(동녘)을 쓴 박인석(명지대) 박철수(서울시립대) 교수는 책 제목처럼 경기 성남시 분당과 서울 중계동의 아파트를 판 돈으로 경기 용인시 죽전에 아파트보다 1.5배는 큰 평수의 집을 함께 지었다. 각각 살구나무 윗집과 아랫집(이하 살구나무집)으로 이름붙인 이 집을 짓기까지 과정과 짓는데 들어간 세세한 비용과 고민, 완성된 후 1년간 살면서 들어간 관리비까지 밝힘으로써 건축가에게 맡겨 제대로 집을 짓기만 하면 아파트 값으로 아파트보다 관리 난방비는 훨씬 덜 드는 단독주택을 가질 수 있다는 체험담을 들려주었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건축을 전공한 교수들이 직접 집을 짓지 않고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겼다는 점, 그리하여 평당 500만원으로 '냉난방비 걱정 없이 따뜻한 겨울과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는 집, 솜씨 있고 진지한 건축가가 설계한 품격있는 집'이 탄생했다는 점이다. 살구나무집을 설계 감리한 건축가 조남호(50 솔토건축 대표)씨는 지난해 건축을 결산하는 2011대한민국건축문화제에서 서울시립대 강촌수련원이 '올해최고의 건축 7선'(베스트7)에 뽑힌 중견. 그는 살구나무집 이후 평당 500만원 이하로 건축가가 짓는 집을 널리 확산시키는 운동에 나서고 있다. 그가 '보편적인 집짓기'로 이름붙인, 제대로 된 단독주택 짓기를 들어본다.


_보편적인 집짓기가 뭔가요?

"그동안 우리나라 단독주택 건축시장은 '집장사 집'이라는, 싸고 날림인 주택과 '건축가 집'이라는 특별하고 비싼 집이라는 양극단이 존재했습니다. 건축가들이 관여해서 싸고 품격있는 집을 짓자는 것을 보편적인 집짓기라고 명명했습니다."

_평당 500만원이면 싼 건가요?

"보통 건축가들이 지은 집은 시공비만 평당 650만원 이상이었습니다. 반면 집장사 집은 300만원선도 있다지만 평균 400만원선이라 그보다는 100만원 정도 비싼 가격대를 상정해봤습니다. 이건 집장사 집에서 단열을 위해 고급화할 수 밖에 없는 재료비를 넣고 건축가가 개입하면서 세부사항에 더 들어가는 항목을 잡아본 것입니다. 실상 집이라는 것은 재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비용은 천차만별입니다. 믿을 수 있는 집을 500만원에 짓는 것은 합리적인 가격입니다. 살구나무집은 500만원이었지만 그 후 지은 대전 집은 평당 465만원이 들었습니다."

_집장사 집과 건축가 집이 뭐가 다른 거지요?

"건축주, 즉 집을 지을 사람이 누구에게 집짓기를 맡기느냐에 따라 나눈 말입니다. 집장사 집이란 건축주가 공사할 사람, 즉 시공자를 만나서 집 짓는 것을 맡기는 것이고 건축가 집이란 건축가한테 맡기는 것입니다."

_그럼 집장사 집에는 건축가가 관여를 하지 않습니까?

"집을 지으려면 건축사(건축설계 자격증을 가진 건축가)가 설계한 평면도와 입면도 등 각종 서류를 관청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집장사 집도 형식적으로는 건축가가 참여하지요. 그런데 이들은 시공회사에 예속되어서 기본사양을 그려서 허가만 받게 해주는 사람들입니다. 시공자가 건축가한테 설계도를 받아서 갖다 주면 건축주 의견 듣고 몇 번 고쳐서 그냥 공사에 들어갑니다. 건축주는 건축가를 한번도 만나지도 못하고 집이 지어집니다. 건설회사들이 유명한 외국건축가한테 의뢰했다는 집들도 실은 디자인만 빌려온 것이지 건축가가 현장을 모르는 점에서는 집장사 집과 같다고 할 수도 있어요."

_건축주가 건축가를 만나면 뭐가 달라집니까?

"집은 공사단계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요. 처음에는 싸게 시작했는데 공사를 하다보니 나중에는 비용이 1.5배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거든요. 설계도와 계약서 자체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정확히 명시를 해놓지 않고 시작하는데다가 건설이라는 전문분야를 시공사만 알기 때문에 건축주가 끌려다닐 수 밖에 없어요. 반면 건축가와 계약을 하면 건설현장에서 생기는 문제를 시공자와 건축주 중간에서 조율해줍니다. 설계도 자체도 집과 마당 담의 형태는 물론 안방에는 무슨 모양의 얼마짜리 등을 설치하고 페인트는 어떤 색깔 어느 회사 제품을 쓰라는 등 세부적인 전 과정이 그림과 글로 아주 상세하게 명시된 형태이기 때문에 건축주 스스로 더 비싼 자재로 마음이 바뀌지 않는 이상 중간에 비용이 바뀔 염려는 없습니다. 대신 설계비가 집장사 집보다 비쌉니다."

_설계비는 어느 정도 받으세요?

"설계비와 감리비(집이 제대로 지어지는지 감독하는 비용)를 합쳐서 보통 채당 5,000만원을 받습니다."

_꽤 비싼데요.

"똑같은 집을 여러 채 짓는다면 비용은 훨씬 낮아지겠지요. 그러나 단독주택 설계는 공간이 다르고 사람이 다르니까 그렇게 안되거든요. 설계비는 건축가마다 다른데 보통 유럽에서는 건축비의 12~15%를 받습니다. 물론 저보다 훨씬 더 받는 건축가도 있고, 덜 받는 건축가도 있습니다. 설계비를 감안해도 건축가 집이 평당 500만원이면 집장사 집보다 크게 비싼 것은 아닙니다."

_딱 그 비용만 드니까 말이지요.

"그렇지요.(웃음)"

_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집짓기가 왜 널리 퍼지지 않았나요?

"그동안은 단독주택 자체가 보편적인 집이 아니었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아파트가 보편적 집이었지요. 우리가 독일집 하면 박공(경사지붕)에 처마 없이 지어진 단단한 집, 일본집 하면 검은 기와집, 이렇게 머릿속에 그려지는 전형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집은 오랫동안 반복해서 지어오기 때문에 시장이 크고 시장이 큰만큼 공장에서 다양한 건축자재가 공급됩니다. 이런 자재를 잘 결합만 해도 질 좋은 집이 되니까 당연히 가격이 비싸지 않고요. 단독주택에서는 소소한 부분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굉장히 중요한데 건축가집은 이걸 다 핸드메이드로 해야 하니까 가격이 두 배로 됩니다. 가령 현관에서 마루로 올라서면 그 사이에 턱이 생기잖아요. 그 코너를 우리나라에서는 건축가가 만들어내야 하지만 일본만 해도 고정재료들이 굉장히 많아요. 건축가는 선택만 하면 되거든요. 그럼 가격은 훨씬 싸지요. 보편적인 집짓기는 이런 소소한 부분들을 건축가가 채워주면서도 비용은 비싸지 않은 방안을 고민하는 겁니다."

_보편적인 건축가 집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집니까?

"먼저 건축주가 원하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고 새로운 집에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집지을 때 들어갈 예산, 집을 유지관리할 때의 비용을 묻습니다. 대전집은 벽난로를 꼭 넣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 비용이 들어가는 대신 살구나무집에서 쓴 것과 같은 아연박공을 못하고 리얼징크라는 철판을 가공한 지붕재료를 썼습니다. 살구나무집도 지붕이 크고 전기사용량이 많은 윗집은 태양열 설비를 한 반면 아랫집은 하지 않고요."

_이게 자칫하면 건축가가 개입해서 시공자를 쥐어짜는 공사가 되는 건 아닐까요?

"이익이 적어지는 것이지 이익이 안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걸 견디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독일집 일본집처럼 한국집의 전형이 생겨나면 다양한 고정재료들이 나오고 그러면 비용 자체는 이보다도 더 줄어들 수 있어요. 일본은 주택을 짓는 회사가 일년에 몇 백채 짓는 회사부터 열채 짓는 회사도 있지만 다 탄탄해요. 관리비용이 많이 드는 대규모 시공사보다는 소규모 시공사를 활용해야 단독주택 건설비는 줄어드는데 그러려면 건축가가 현장을 찾아서 일일이 챙겨야 하니까 건축가가 할 일은 많아집니다."

_결국 건축가들이 일일이 좇아다녀야 한다는 건데 그럴 건축가들이 많을까요?

"건축가들이 일이 별로 없습니다.(웃음) 대신 건축가들의 수준은 믿을만합니다. 다른 직업은 실무를 익히기 전에 자격증을 얻지만 건축은 5년 실무를 익힌 후에야 건축사 자격시험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막 나온 신인도 경험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단독주택을 짓고 싶어하는 이들과 젊은 건축가를 이어주는 포털 같은 것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_건축주가 지어달라면 그대로 지어주나요?

"그렇지는 않아요.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집이 되어야지요."

_왜요?

"집은 개인소유지만 지어지는 순간 동네의 풍경으로서 공공재가 되니까요. 동네 전체가 아주 밋밋할 때는 두드러지는 집을 짓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는 드물어요.(웃음) 판교의 주택을 건축하고 있는데 거기 가보고 깜짝 놀랐어요. 집들이 저마다 개성적이라서 마치 벌판에 덩어리가 툭툭 떨어져 있는 것 같아요. 판교는 아예 담을 못하게 되어 있으니까 집들이 튀는 게 더 눈에 띄더군요. 담은 이웃을 단절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집이라는 덩어리 사이에 중간적 요소거든요. 담이 있으면 창이 열려요. 반면 미국 캐나다처럼 담이 없거나 낮으면 잔디마당은 보이지만 전면 창은 작고 집이 아주 폐쇄적이 됩니다. 전통 한옥은 창이 크고 바깥쪽으로 열려 있어요. 이런 개방성은 담이 있어야 가능한 겁니다. 저는 1999년 신원동 주택을 처음 만들 때부터 담장 높이를 1.5미터 정도로 주장합니다. 이게 길 쪽에서 보면 안이 안보이고 담장 가까이서는 속이 들여다보이는, 그래서 이웃관계는 형성되고 서로 감시해주는 효과가 있는 높이입니다."

-사회에 대한 해석 없이 외국에서 하는대로 하면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마을이 되는군요.

"좋은 건축가들이 마스터아키텍트(총괄건축가)로 참여하는데 왜 이런 것이 계속되는지 모르겠어요."

_큰 건물이나 작은 주택이나 모두 랜드마크가 되려는, 튀는 집만 지으려 하고요.

"네, 학교에서도 거대담론만 가르치고 세계적인 건축가를 양성하는 교육만 시켜요. 외국에서 유행하는 이론을 들여다가 강의하는 교수가 인기고요. 그런 이론들을 소비하고 좀 지나면 또다른 유행들이 들어와서 소비하고. 대학에서 실용적인 살림집 짓기를 많이 가르치고 대학을 졸업하면 자격증을 딴 후에는 빨리 독립해서 동네 건축을 해주는 동네건축가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_95년에 꽤 일찍 독립했네요.

"네, 안양에서 살다가 세 살 때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어머니 고향 바로 옆동네인 경기 의왕시 청계2리라는 곳으로 들어갔어요. 여기가 36호 정도가 사는 조그만 마을인데 오래된 성당이 있고, 동네 사람들이 모두 성당에 다녀요. 사람들 이동도 없고 저희처럼 도시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어쩌다 들어오는 곳인데 이렇게 외지인이 들어오면 남의 집 사랑방에 얻어 살다가 3년 정도 되면 사람들이 힘을 모아 집을 지어줘요.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그런 뜻이지요. 평소에는 농사짓던 사람들이 자기 재능을 살려서 아주 소박한 흙집을 지어주는 겁니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 살던 이곳에서 사람들이 집을 짓던 정신이 결국에는 제가 건축하는 정신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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